
철권 통치자의 뺨에 눈물이 흘렀고, 그 장면은 편집되지 않은 채 전파를 탔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전협정 체결 73주년(북한의 ‘전승절’) 기념 공연을 관람하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28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와 함께 전날 평양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73돌 기념공연’에 참석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의 ‘승전’을 주장하는 무대가 이어지던 중 김 위원장이 감정이 복받친 듯한 표정으로 눈가를 닦는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우연히 잡힌 눈물은 없다

최고지도자의 눈물이 방송을 탔다는 것 자체가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 매체의 영상은 철저한 검열을 거쳐 나가는 만큼, 눈물 장면의 송출은 의도된 연출이거나 최소한 의도된 공개라는 것이다.

전쟁 세대의 희생 앞에 눈물짓는 지도자의 모습은 ‘인민을 사랑하는 어버이’ 이미지를 강화하고, 전승절이 상징하는 항전 서사에 감정의 무게를 싣는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열병식 연설 등에서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그때마다 내부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전승절에 선 김주애.. 귓속말과 손잡기

이날 더 눈길을 끈 것은 김주애였다. 김주애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조선중앙TV는 김주애가 공연 중 아버지와 친밀하게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 참전 노병의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전문가들은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김주애를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화면 구성이라고 분석한다. 전날 참전열사묘 참배에서 부모 사이 정중앙에 섰던 데 이은 후계 선전의 연장선이다.
눈물 뒤의 무력시위.. “방관하지 않겠다”

감성의 무대 뒤에는 근육 자랑이 있었다. 평양체육관 광장에서는 6·25 당시 복식을 갖춘 상징종대들과 현대 북한군 육해공 종대들의 기념 행진이 펼쳐졌고, 노광철 국방상은 연설에서 “주권 안전을 시시각각 위협하는 세력들의 행위를 절대로 방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눈물로 안을 묶고, 행진으로 밖을 겨누고, 딸을 세워 미래를 그리는 것. 사흘간의 전승절 무대에 담긴 삼중 메시지다. 독재자의 눈물은 그래서, 흘러내린 뒤에도 계산서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