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을 자처하지 않는다. 2026년 국방 전략 보고서(NDS)는 안보를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단지 방위비 분담 증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내지 않으면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세계 질서의 중심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동맹국들에게는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안보 전략을 전환했음을 알린다.
왜 하필이면 한국인가?

보고서는 전 세계 동맹국을 대상으로 주된 안보 책임을 전가했지만, 유독 한국을 예외적으로 지목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은 안보 불안에 민감한 ‘비탄력적 수요자’로, 협상에서 가장 먼저 무릎 꿇을 수 있는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를 이용해 유럽과 일본에까지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을 통해 유럽과 일본까지 압박의 사정권에 넣는 고차원 전략이다.
먹잇감인가 파트너인가?

트럼프는 단순한 돈만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은 세계적인 방산 제조 능력을 가진 몇 안되는 국가다. 미국은 자국 조선소의 노후화 및 수리 역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뛰어난 조선 능력을 가진 한국을 ‘헐값에 가져가려는 장사꾼적 발상’도 숨어 있다. 한국이 기술과 인프라를 제공하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줄타기 외교의 끝은?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 교류 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트럼프는 이를 ‘친중 줄타기’로 해석하고 견제에 나섰다. 이는 과거 호주 사례에서처럼, 경제적 친중 성향이 외교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공개적으로 미국과 협조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착하는 이중 전략은 트럼프식 세계관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살아남는 길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다. 적절한 거래만 성사되면, 한국은 국방비 부담을 고스란히 R&D 투자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과거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 허가를 받아냈던 것처럼, 혁신 산업 육성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mRNA 같은 핵심 기술은 원래 군사 연구에서 탄생했다. 국방 R&D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지, 소모적인 지출이 아니다.
줄을 설 것인가, 중심을 잡을 것인가
정리하자면, 한국은 트럼프의 세계관 속에서 첫 번째 제물로 지목됐다. 그러나 감정적 반응보다는 기민한 전략과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
R&D 중심의 국방비 활용은 한국이 능동적으로 생존하고, 나아가 도약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세계 질서가 돈으로 움직이는 시대, 줄을 설 것인가 중심을 잡을 것인가는 오직 한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